‘그래도 그렇지 아직 음력 4월도 다 가지 않았는데 폭염주의보라니, 이건 너무 한 것 아냐?” 수은주가 30을 넘는 것을 보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모처럼 떠나는 여행을 반갑지 않는 불청객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은 여행의 기분을 제법 반감시킨다. 하늘은 맑고 대지는 초록빛 가득하며 물은 차고 바람은 서늘하기를, 여행에 앞서 기대해 보지만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바람이다. 천지가 이미 인간들의 열기로 달궈질대로 달궈지고 대지가 잿빛으로 바뀐지 오래인데 “뭘 바라겠는가?

(더 마이스=정인태 기자)기대없이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먼 길이다. 잠시 망설임 끝에 네비를 켜고 목적지를 검색하니 ‘웬걸 천리길을 넘어서던 그 먼 곳이 언제 이리 가까와졌는가? 불과 3시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전라도 구례, 지리산 끝자락에 위치한 오지, 촌 동네 아닌가? 이 곳을 마지막으로 찾았던 것은 벌써 20년에 가깝다. 참으로 멀기도 멀었다. 서울에서 출발해서 부산으로 그리고 다시 마산 진주를 거쳐 순천으로 그 먼 길을 돌고 돌아서 왔으니 쉬임 없이 달려도 10시간이 넘어 걸린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긴 말이다, 구례가 대단한 곳이 아니니 서둘러 이 곳을 와야 할 일이 있을리 만무고 부산이나 해인사가 있는 합천이 주목적지였던 일이 대부분이다.

구례가 달라졌어요.
지리산 끄트머리에 위치한 촌 동네 구례는 이제 대한민국의 유명관광지가 되었다. 예전엔 부러웠을 부산 합천 못지않는 명성을 얻었다. 전국축제의 시작을 알린다는 산수유축제의 테마, 산수유, 체중조절과 혈압강하 효과가 있다는 힐링나물 쑥부쟁이, 구례의 자랑거리 지리산, 명산이니 대찰이 없겠는가? 화엄사, 쌍계사 그리고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잇는 지리산 온천이 있고 섬진강이 있다.
게다가 주변을 돌아보면 남원 곡성 순천 하동 진주 등 명품관광도시들이 지척이고 남해 광양 사천 통영 등 아름답기 그지없는 한려수도가 멀지 않다.

인적 드문 산골짜기는 축제철이면 고속도로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긴 차량 행렬이 축제장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놀랍다는 말’ 말고 적당한 표현은 무엇이 되겠는가? 구례는 수줍은 시골처녀의 모습을 벗어 던지고 곱게 분칠하고 모시적삼 입은 아낙네로 바뀌었다.

국내여행을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6월이 그리 여행하기에 적합치 않은 시기임을 이미 알아 채고 있다. 그 흔한 축제가 있어 천지사방이 시끌벅적 여행 기분, 왁자지껄 놀이마당 같은 느낌으로 가득한 것 아니고 매화 산수유 벚꽃 진달래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동네로 치장해 주지도 않는다. 덥다고는 하나 아직 제대로 푹푹 찌는 한여름 날씨는 아니니 아직 차가운 바닷가를 얼씬거리기도 민망하다.

6월의 여행은 조용한 나만의 여행지를 찾아 오롯한 힐링의 시간을 갖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늘상 생각해왔다. 정신없이 바쁜 연말을 보내면 찾아오는 한 해의 시작, 온 힘을 다해 젖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면tj 살아온 반년의 시간….. 이쯤에서 우리는 한번쯤 멈춰 서서 고개 돌려 뒤도 한번 돌아보고 주저앉아 푸념도 해보는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구례는 그런 곳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결코 가 본일이 없는 더케이 지리산 가족호텔로 향하면서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누군가의 비밀여행지로 스며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 그건 아주 가끔 만나는, 전생과 얽혀 있음이 분명한 데자뷰 같은 그런 상황이었다.
가을 코스모스보다 손가락 한마디만큼은 더 넓은 노란 꽃잎의 황코스모스가 길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마을, 내 분명 이 곳을 지나친 일조차 없지만 익숙한 내음과 낯설지 않은 마을의 모양새. 이곳은 분명히 어느 과거 생에 내가 숨겨 놓았던, 비밀 여행지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더케이 지리산 가족호텔은 그 유명했던 지리산온천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샘물을 상징한다는 조형물은 호텔 정문 앞에 위치하며 모든 건물 그리고 구조물들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다. 지방 호텔로서는 작지 않은 138 객실, 천왕봉, 노고단을 비롯한 연회행사장과 지리산 온천지대 답게 온천장을 갖춘 더케이 지리산 호텔의 첫 느낌은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주중과 주말의 차이가 극명한 것이 국내관광의 특징이라 자칫 을씨년스러울 수 있는 주중 오후의 호텔 로비는 차분하고 잘 정돈된 느낌, 체크인을 위해 찾아 들 많은 여행객들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객실은 아담하다. 큰 방을 부러 찾지는 않는 터라, 지정된 17평형 객실은 특별히 나무랄 데를 찾을 수 없이 깨끗하게 잘 관리 되어있다. 마운틴 뷰인 객실에서 바라 보는 건너편 지리산의 모습은 평화롭고 늦은 오후 마을은 한없이 고즈넉한 모습이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요즘은 금요일과 토요일이 가장 붐비는 주말이지만 작은 말소리 하나 흘러 들어오지 않으니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다.

호텔 1층에 위치한 온천 사우나는 놓칠 수 없는 서비스 포인트다. 게르마늄 온천으로 피부미용과 건강에 좋다는 일대의 온천은 90년대말 지리산 온천랜드가 개관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호텔의 온천사우나는 놀랍도록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이른 시간 전세라도 낸 듯 혼자 이용 했으니 만족도는 최상일 수밖에 없다.

더케이 지리산 가족 호텔의 식음료 수준은 어떨까? 일반 객실 손님에게 제공되는 아침 식사는 흠 잡을 데 없다. 더운 밥과 사골우거지국 그리고 몇가지 반찬이 정갈하니 입맛을 돋구워준다. 식사 인원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네명의 직원들이 손님들의 불편없는 식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모자라는 반찬을 채워주고 부족한 것이 없는 지 묻는다. 이 정도라면 최고의 서비스 수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복진 총주방장과 유광식 조리과장을 만나 더케이 호텔의 Food Service에 관한 이모저모를 들어보고 고객들을 위해 준비했다는 호텔 뒤켠의 텃밭을 둘러본다. 고추 상추에 참외며 수박이 잘 크고 있다. 방금 모종을 더 싣고 왔다는 유 과장은 ‘아이들과 함께 오는 고객들께서 특히 좋아하신다’며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과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란 무공해 채소와 과일이 다가오는 여름에 찾아오실 고객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드리면 좋겠다”며 너털 웃음을 짓는다.

서울에서 출발, 새로 개통한 순천 완주 고속도로를 타면 2시간 50분, 부산에서 2시간, 전남 광주에서 50분 거리로 한층 가까와진 구례는 일상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벗겨 낼 수 있는 나만의 비밀 여행지로 잘 간직하고 싶은 곳이다.[envira-gallery id=”106003″]

 

글 사진: 정인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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