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유배의 땅,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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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 소재한 우남관, 사진: 미디어원 DB

(더 마이스=오선문 칼럼니스트) 팔순 친정아버지의 평생 소원인 하와이 여행을 휴가 겸해서 왔다. 와이키키변에 자리잡은 호텔에서 바라보는 일출 일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다양한 푸른빛으로 둘러싸인 바다의 풍광에 들떠 지내다 보니 한국에서의 시끌함을 잠시 잊었다.

일곱 살에 해방이 되어 동네 풍뮬패들이 온마을 집집마다 다니며 나라찾은 기쁨을 나팔 소리로 내었던 통에 해방을 청각적으로 기억해온 아버지. 당신이 하와이를 가보고싶었던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으셨단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이 일본 공습기가 미 군함 다섯 척을 폭파하던 장면을 휘파람 소리까지 넣어가며 얼마나 생생하게 묘사했던지 그때부터 하와이 방문을 동경하셨다고.
다른 하나는 이승만 대통령이 어떤 곳에서 눈을 감았는지 그 말년의 생활이 오래도록 궁금하셨단다.

오늘 아버지는 평상시 동경해왔던 하와이 방문의 두 가지 꿈을 다 이루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있는 한인기독교회를 들른 이후 참담하고 쓸쓸해 눈물이 나온다고 말씀하셔서 우리는 가슴에 돌덩이를 안고 돌아와야 했다.

어떻게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라는 나라의 건국대통령이 이리도 초라하게 타지에서 영령이 되어 떠돌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독재자라는 멍에를 씌워 곳곳에서 이승만 지우기를 하고 있지만 교회 마당의 동상 하나와 우남관이라는 타이틀만 가진 교회 별관, 그리고 한 쪽 벽에 사진 몇 장과 기록물 몇 점을 보관하고 있는 독립기념관(말이 거창하지 그냥 창고 수준이다)이 이승만 대통령의 과거를 보여주는 모든 것이라는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와이 거주 초창기 시절이나 임종 전에 머물렀던 가옥도 교민들 사이에선 잊혀진지 오래라 하니 더 이상 할 말을 잊을 수밖에 없었다.

휴양의 땅 하와이에서 지친 심신을 위로받고 돌아가려던 계획은 이렇게 틀어졌다. 얼토당토않은 건국절 시비를 접하면서 이승만이라는 거목이 우리에게 얼마나 축복이었는지 새삼 깨달은 바 있는데, 여전히 우리 역사학계는 그의 잃어버린 명예에 칼질만 더할 뿐 그를 복권시키려는 노력이라곤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절망스러웠다.

팔십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참담하고 쓸쓸하다’는 말은 오늘따라 더 각별한 느낌을 자아냈다. 근현대사의 엄청난 왜곡에 저항하지 못하고 지나온 세월들에 대한 반성이 꼬리를 물었다. 다행인 건 돌아가서 할 일이 무엇인지 그 실체가 어렴풋이나마 잡혔다는 사실이다.

나는 개미가 태산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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