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ba 신 칼럼] 노변객담 (1) 乞客雄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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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이스=Daba 신 칼럼니스트) 질풍노도의 시절, 코밑에 수염이 자라고 팔다리가 굵어지는 나이에 패기있게 자란 녀석들은 모험심도 강하다. 저녁 늦게까지 얼라들을 빈터에 모아 놓고 모험담을 늘어 놓는 동네형들의 입담에 모두 귀가 솔깃하다. 무전여행 경험담을 들으면서 모험과, 스릴과, 낭만과, 사내다움에 도취되고…

그래서 오랜 모의 끝에, 17살 여름방학에 셋이서 무전여행을 떠났다. 열차를 훔쳐타고 이곳저곳 구경을 다니는데 차장의 차표검사를 피하는 것이 至上의 관건이다. 어느 구간에서 주로 차표검사를 하는지 잘 알아야 하고, 차표검사시 행동요령은 어떻게 되는지 대처능력이 요구되며, 밤열차에서는 불침번 한 명을 세워서 차장이 불시에 나타나지 않는지 감시하는 등 , 초긴장의 연속이다. 만약 무임승차가 적발되는 경우에는 철도공안실에 끌려가서, 이틀정도 복날 개타작하듯 때리는 모진 매를 맞아야 하고, 화장실청소등등 궃은 일을 다 해주고야 풀려난다. 그래도 학교에 연락돼서 정학을 받는 등 처벌을 받는 것 보다는 낫다.

밤열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던 중에 차장의 기차표 검사를 피해서 조치원역에 내렸다.
도둑열차를 탔기에 당연히 개찰구로 못 나오고, 화물차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데…(지친 몸 휴식을 취하고, 다음 여정을 구상하는 최적의 장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역대합실이다. 대합실에서 만나는 차장은 두려울 게 하나도 없으니 재미있는 일이다.)

“니들 어디서 왔어?”
貨車사이 어둠속에서 불쑥 나타난 9~10살 쯤 된 거지소년.
“나가는 길 좀 아냐? ”
“따라와! 내가 가르쳐 줄테니까…”

어린 녀석이 맹랑하게 반말지거리 하는 것도, 길을 알려준다니 귀엽고 고맙다.
거지아이를 따라서 가는데, 웬 움막앞에 다다르더니, 들어가란다. 엉겁결에 들어서니,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거지굴이다.(아, 잘못 걸렸구나) 침침한 호롱불빛에 거지들이 20~30명이 버글버글하다.
가운데 통로가 나있고 가마니를 깔아놓은 양쪽 자리 위에 늙은거지, 애거지, 병신거지들이 왁자지껄 한밤중에 끌려온 민간인에게 관심집중이다.
사방에서 욕지거리에 공갈에 야유에, 이거 참. 호랑이 입 안에 제대로 들어왔다 싶었다.

조그만 애거지녀석들이 주위를 맴돌면서 발로 툭툭 차기 시작한다. 이럴 때 잘못 처신하면 하이에나떼에 물어뜯기는 송아지 꼴이 되어, 비참하게 얻어맞고, 가진 거 다 뺏기고…진짜 거지가 된다. 친구가 큰소리로 일갈한다.
“여기 왕초 성님이 누구요? 말이나 한자리 하고 당해도 당합시다.”

저 안쪽에 중앙톨로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조금 높게 단을 쌓은 자리에 산적 두목처럼 생긴 자가 버티고 앉아있다.
“ 뭐야? 말해바!”

“왕초성님 이하 걸뱅이 여러분,…어려운 시국을 만나 얼마나 고생이 많소? 여러분들이 정승판서 귀한 집 자손 아닌 사람이 없는데, 전쟁과 난리에 닥쳐서, 의지할 지붕이 없어서 타관객지에서 비맞고 눈맞으며…괄세받으며 얼마나 서럽습니까, 비록 비럭질을 하고 걸을 달아 먹고, 뚜룩질을 해먹지만, 사내로 태어나서, 언제까지 이렇게만 살아야겠습니까 ? … ”
이렇게 시작된 스피치는 5분 남짓 또랑또랑하게 이어졌다.

거지굴 안에 숙연한 공기가 흐르더니, 왕초가 가까이 부른다, 밥은 먹었냐고 묻는다. 깨끗한 쌀밥에 미제 쏘세지 통조림까지 까주는 걸 잘 얻어먹고, 이어서 왕초가 우리의 의견을 묻더니, 자기가 직접 조치원역 개찰구까지 데리고 가서 차장에게 ” 내 동생들이어유” 하면서 내보내준다.여행 다니다가 아무 때나 쉬고 싶으면 찾아 오라고…성님 고마워유 꼭 올께요… 아우들 몸조심혀…왕초는 역시 다르다.
편안하기가 내집 보다 더 편한 대합실에 가서 열차시간표 한 번 더 확인하고 쪽잠을 청했다.

요즘 북에서 열차를 이용하는 장삿군, 꼬체비들을 보면서 그때의 우리 천진한 악동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에 이르러, 효자동 거지굴에 대고 말 좀 하고 싶다. 사내로 나온 넘들이 언제까지 민심을 향해 비럭질을 할 것이며. 그리고 자손들의 몫까지 다 까쳐먹고 분탕질만 할 것인지. 앞에서는 사람 눈 홀리는 궁리, 뒤로는 눈가리고 속여 먹을 궁리만 하면서, 백성들 앞에 깡통을 디밀고 밥동냥을 하기에 양심의 가책도 없는가? , 그리고 도대체 이 거지굴은 왜 호남거지들만 가득한가? 본래 그쪽에 각설이들이 많기는 많았다만… 그곳에 거주하는 개가 다 웃는다. 살다가 별 거지같은 넘들 다 보고 산다고.

글: Daba Sin/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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