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이스=신달파 칼럼니스트) 농삿군이 토지보상으로 졸부가 된 사연을 보고, 옛일이 떠올랐다.

소시적에 잠시 알던 친구가 있었는데, 일찍 상속을 받아서, 20대에 광대한 토지의 주인이 되었다. 엄한 조부 밑에서 근검 절약만 강요받으면서, 생활이라는 게 오로지 농사일, 새벽부터 밤까지 논밭에서 흙을 만지며 근로하는 생활만 하다가, 졸지에 부자가 되었고,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돈 쓰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유흥이라고는 동네 떡거머리들과 막걸리판이 고작이고, 긴 긴 겨울에는 화투 칠 돈도 없어서 바둑 장기나 두던 처지가, 어느 날인가부터 멀끔하게 차려입고 酒樓를 찾아다니며 돈을 뿌리기 시작하는데—나중에 들으니, 정말로 아가씨들 다 모아놓고 대형 선풍기 앞에 돈 다발을 풀어서 뿌리고 다녔다고 한다.

원 없이, 돈에 한이 맺힌 듯이, 그러나 미련스럽게 돈을 퍼 없애기 시작했다.이 친구가 떴다 하면, 0번아가씨, 7번, 1번 아가씨는 물론 휴가 중이던 33번 아가씨까지 부랴부랴 달려나오기 바빴다.
‘내 돈 먹어라~~’ 하면서 뿌리면 반라의 처자들이 이리뛰고 저리 뛰고 대소동이 벌어진다.이런 광경을 직접 본 게 아니라,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을 통해서 들었다. 당시에 돈 퍼없에는 그 유흥 행락에 같이 어울렸다면 적극 못하게 말렸을지, 솔직히 자신 없다.

소유한 농경지가 모두 신도시 개발 지역이 되다보니, 천문학적 액수의 졸부가 되었다, 그런 지역에는 의례 돈냄새를 맡고, 직업 도박사, 사이비성직자, 무속인, 꽃뱀들이 몰려오기 마련이다, 이 친구는 그만 도박의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1~2년 사이에 그 많은 전답을 다 날리고, 나중에는 대대로 살아온 집만 남게 되었다.

도박이란 마수는 완전히 끝장을 볼 때까지 그를 놓아주지 않았고, 그는 기어코 살던 집마저 저당을 잡혀서 날리고, 식구들과 길에 나 앉을 지경이 되었다, 체면 불구하고 그 집의 사랑채를 겨우 허락받아서, 한탄하면서 지내는 모습을 보았다.
그 친구를 약 3년 동안 못 본 사이에, 전철 정거장 2개가 지나가는 넓이의 단지에서 가장 넓은 토지를 가지고 있던 토종 땅부자가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얼마만한 땅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작품에서 종내에 사람이 차지하는 땅은 길이 6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이 친구의 경우는 그마저 날려버린 상황이다. 나라의 국부가 늘어나면서 이런 류의 졸부들이 탄생했으니, 갑작스런 富 의 탄생이, 오히려 毒이 되어서 집안과 개인의 인생을 불행한 終局으로 이끈 경우는 수없이 많이 보았다. 어느 가정의 명절날, 오랜 재산 다툼으로 義가 갈려버린 형제자매들이 ‘가난할 때가 차라리 좋았어’하면서 부등켜 안고 우는 모습도 보았다.

오늘의 나라살림은 어느 경지에 와 있는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백성들은 이미 가난한 생활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는 의식주와 의식 속에 살고 있는데 말이다.

경제각료들과 통계청에서 밝고, 바르고, 정확하게 잘 알려주리라 믿는다. 우리 손자손녀들은 빚을 안내도 먹고 살수 있는지, 외국으로 다니면서 막일은 안해도 되는지, 걱정이 많다. 여느 집 손녀들이 0번, 1번으로 일하려고 일본으로 중국으로 몰려가는 사태가 되면 이를 어쩌랴. 젊은 청년들도 당장 나라에서 무상으로 돈 몇 푼 준다고 좋아만 할 게 아니다.

위 졸부처럼 재산이 다 없어지는 대책없는 꼴이 되거나, 옆에서 히히덕대며 얻어 먹으면서 잘못되어가는 것을 방관하는 무책임한 친구와 다를 바 없는 짓을, 깨어있는 정신으로는 차마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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