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빵과 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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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이스=신달파 칼럼니스트) 건빵을 한 봉지 사서, 군용항고에 쏟아 넣고, 물을 가득 부으면, 건빵알들이 물에 떠 있다가 탱탱 불어 터진다. 이것을 양키 스푼으로 꾹꾹 눌러주면, 항고 하나 가득 건빵죽이 된다.
17세 소년들 셋이서 먹기에는 태부족이지만, 허기를 달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다.

세상구경을 한다고 셋이서 무전여행을 나섰을 때 이야기다.

기차역 대합실은 좋은 휴식 공간이다. 열차시간표를 보면서 旅程을 계획하는 것이, 우선 중요한 일이지만, 셋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서로 툭툭치고 킬킬대면서 장난질이 한참이다. 아마 맛있는 음식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그 때, 10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덩치가 우람한 아저씨와 함께 우리 앞에 오더니, 가운데 앉은 A군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무섭게 생긴 아저씨는 일언반구 말도 없이 A의 목덜미를 나꾸어 채고, 승냥이가 새끼 양 한 마리 물어가듯이 끌고 간다. 어리둥절 해서 따라 나서는데, 잠깐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있던 사람이 일러주기를 저 쪽에 보이는 파출소로 데려 갔다고 한다.

둘은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 보려고, 파출소 앞에 가서 동정을 엿본다. 무전여행하는 학생들을 단속하기라도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A만 끌고 갔을까. 이때 안에서 A의 비명소리와 고함소리가 밖에까지 들려 나온다. 당시는 그런 데 끌려가면 일단 매타작부터 시작하던 시절이다. 친구가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대는데, 밖에서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다. 겁이 나지만, 파출소 안에 뛰어 들어가보니, A는 잠깐 사이에 벌써 반죽음이 되어있다. 不問曲直 매질로 눈물 콧물에, 시멘트 바닥에 무릅을 꿇린 채로, 경찰봉 앞에 벌벌 떠는 처참한 모습이다.

“아니, 아저씨들 왜 그러세요?” “우리가 무슨 죄가 있어요?” A를 닦달하던 형사 두 명이 우리를 돌아보더니, “ 네 넘들도 이리 와, 소지품 전부 꺼내!” 배낭 속을 다 뒤진다. 몸수색을 한참 하고 몇 마디 물으면서, 형사들이 점차 이게 아닌데 하는 눈치다. “보세요, 학생증 여기 있고, 집에 전화해 보세요, 우리 도둑놈 아녀요.“ 충청도 형사들은 아차 이거 헛다리 짚었구나 싶은 표정이 역역했다. 내용인즉, 그 꼬맹이가 열차안 소매치기인데, 승객의 지갑을 소매치기 하다가 잡혀왔고, 소매치기를 시킨 오야지를 대라고 겁박을 하고 때리니까, 매에 못 이겨서 급한대로, 저기 대합실에 있어요 하고는 형사를 이끌고 우리들 앞에 와서 A를 찍어버린 것이다. A가 졸지에 꼬마 소매치기를 거느린 소년 오야붕이 된 것이다.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냐, 애들아, 정말 미안하다.“ 급친절해진다.
” 동상들, 미안하게 되었네, 밥들은 먹었나 ? 짜장면 사줄테니 먹을래?“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매타작을 한 사람이 사주는 짜장면을 먹고 싶겠는가. “됐어요”하고 파출소문을 걷어차고 나왔다. 멍청도 순사들, 형사도 멍청이, 욕을 해대면서 이내 또 킬킬대고 장난을 친다.
“야, 그 꼬마가 셋 중에서 내가 보스로 보이는 모양이야 ” “ 아냐, 네가 얼마나 머저리 같아 보였으면 꼬마가 널 찍었겠냐 ?”

“배고파 죽겠다, 건빵이라도 사서 불려 먹자.” 셋은 다 살만한 집 아이들이어서 굶어보지 않았기에, 이번 무전여행은 배고픔 만으로도 (지나서 보니까) 배움이 크다. 하루하루 매시간마다 뭔가 일이 터진다. 당시의 경험으로 나는 평생 혼자서 어디를 가든지 두려움이 없게 되었는가. 아니면 본래 Vegabond 체질인가?

반세기가 지난 옛이야기지만, 지금 문명한 이 시대에도 저런 일이 예사로 일어나는 사회가 있다. 생매를 맞으면서 때리는 자들에게 항변도 못 하는 생지옥이 있다. 그런 사회를 이끄는 무리들을 崇仰하는 미친 놈들이 다스리는 이 나라에 오늘을 살고 있음은 받아들이기 환장하리만치 괴로운 노릇이다.

陽地를 志向하는 인민들을 어둠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魔手들에게 저주의 불벼락이 있으리라. 입으로 번지지르한 소리만 해대는 사쿠라 리더 앞에 우리 모두 해대던 욕이 생각난다. “Georgina 건빵!”

사진:@워싱턴포스트 한국지사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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