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선 안보여, 롬복에선 보인다.”

롬복에는 유명한 말이 전해진다.
‘발리에서는 롬복이 보이지 않지만, 롬복에서는 발리가 보인다’ 비단 이런 거리적인 의미만 있는 것일까?
개발이 진행 돼 혼잡한 발리와 달리, 롬복은 자연의 모습과 현대적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섬이다.

시내에서 15분 거리, 리조트가 들어서기에 좋은 해변에는 울창한 야자수 숲이 자리하고 있다. 대나무로 올린 집과 작은 노점들만이 사람의 흔적이 닿은 곳임을 알게 한다. 10여분을 더 달리면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세계적인 호텔과 풀빌라 등 롬복에서 가장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은 이곳 셍기기다. 해변은 발전한 모습과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레스토랑과 스파 등 편의시설은 오염되지 않은 해변을 끼고 있다. 햇살 좋은 날에는 해변에서 여유롭게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레저를 좋아하는 관광객은 스노클링과 카약, 낚시 등 호텔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바람이 세지 않은 날 로텔과 리조트 앞의 바다는 색색으로 물든다.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는 해변, 한 켠에는 수영복도 물안경도 없지만 카메라를 바라보며 소박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이 있다. 이 웃음 속에는 발리에는 없는 인도네시아가 숨어 있다.

천국 안의 또 다른 파라다이스, 길리섬

섬과 가까운 곳에는 길리 뜨라앙완,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 세 개의 섬이 자리 잡고 있다. 삼총사라 불리는 세 섬 중 뜨라왕안은 유럽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양지다. 따사로운 햇살과 백사장, 투명한 바다가 많은 섬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손을 넣으면 만져질듯 한 산호와 물고기. 이곳에서의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호핑투어는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으로 초대다. 해변의 나무 그늘에 앉아 기타를 치고 책을 봐도 누구하나 뭐라 하지 않는 곳이 길리 뜨라왕안이다.

이곳에서는 오토바이, 자동차, 어부를 찾을 수 없다. 대신 많은 자전거와 찌도모(조랑말 마차)를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정부의 방침으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모터가 달린 것을 금지 시켰다. 자연을 아끼는 마음, 이런 이유 때문에 길리의 하늘은 유난히 파랗다.

걸어서 3시간, 찌도모를 타면 30분 길리는 작지만 볼거리도 다양하다. 섬의 왼편에는 작은 영화관과 카페, 오른편에는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동양인을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방문객의 80% 이상이 유럽인이다.

먹거리를 찾는다면 식당의 좌판을 눈여겨보자. 좌판에서 갓잡은 해산물을 고르기만 하면 요리까지 해준다. 저렴한 가격과 싱싱한 재료, 멋진 풍경은 최고의 디너를 완성한다.

길리의 하늘이 타오르기 시작할 무렵.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기는 허니무너와 여행자들은 해변으로 몰린다.

홀랜드에서 온 에이팸은 벌써 두 달째 인도네시아에 머물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 그녀의 모습에는 한국의 젊은이와는 다른 여유와 만족이 가득하다.

늦은 시간 노천 bar에는 노부부 관광객의 흥겨운 춤이 한창이다. 결혼 45주년을 맞아 두 자녀와 함께 왔다는 노부부는 젊었을 때와 다름없이 입을 맞춘다. 같은 테이블, 부모를 바라보는 두 딸의 표정은 흐뭇함이 가득 하다.
유럽인 노부부의 열정적인 춤과 다정한 모습에, 여행객의 가슴 속에는 또 하나의 작은 추억이 피어난다.

롬복의 맛집에 미식가도 반했다

셍기기와 멀지 않은 곳에 와룽(작은 식당) 레스토랑이 있다. 이름만큼 규모가 크지 많지만, 손님으로 가득 하다.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곳 사람들에게 닭고기는 최고의 식재료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아얌 스테이크(닭고기 스테이크), 현지 식사에서 삼시 세끼에 닭과 나시고렝이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나시고렝에도 닭고기가 들어가니, ‘롬복의 닭 산업은 저물 날이 없다’ 는 말까지 생겼다. 가격은 4만 RP에서 6만 RP. 우리 돈 5천 원에서 7천 원이면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롬복은 인도네시아어로 ‘고추’ 라는 뜻으로, 그 이유를 음식에서도 알 수 있다.
현지인이 주식으로 먹는 소스로 삼발(Sambal)이 있다. 삼발 소스의 주재료는 고추와 향신료를 빻은 것이다.

현지 어떤 음식점을 가던 이 소스를 준다. 종류도 다양한데, 그중 해산물과 함께 숙성시킨 것은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다.
매콤한 삼발은 현지식이 맞지 않는 한국인에게 한 줄기 오아이스 같은 매콤함을 선사한다.

마타람 시내에는 대형 쇼핑몰인 ‘마타람 몰’ 이 있다. 이곳의 2층 마트에는 모든 생필품 등을 살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바 커피와 루왁 등 고급 커피 산지다. 그런 만큼 작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커피도 맛과 향이 좋다. 가장 비싼 커피도 한화 1만 원을 넘지 않으니 선물용으로도 좋다.

따뜻한 환대의 롬복의 가정

시내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관광객이 없는 온전한 롬복을 볼 수 있다. 붉은 벽돌과 슬레이트 지붕, 뛰노는 아이들은 우리 80~90년대를 연상 시킨다.

이곳에 사는 와유(Wah Yu)씨는 리조트 직원이다. 학비를 벌며 대학에 다니는 그녀는 영어·영문을 전공한다. 이슬람 국가답게 근방에는 사원이 있다. 스피커를 통해 울리는 기도 소리와 코란을 읽어야 한다는 말, 사뭇 이곳이 이슬람 국가임을 깨닫게 한다.

사원에 갔던 부모님이 돌아오자 담배를 권하라고 귀띔한다.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운 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을 못 할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당연한 예의란다. 담배를 가리고, 연기를 돌려 뱉는 한국식 흡연 예의를 보는 눈빛은 신기함으로 반짝인다.

그들의 손님에 대한 친절함은 일본의 ‘친절’ 과는 다르다.

낯선 이방인의 손을 잡고 살을 맞대는 따스함. 그것에는 옛 시골 할아버지의 ‘정’ 이 담겨 있다.

그녀의 가족들과 강콩고렝(새우튀김)과 이칸고렝(생선튀김)을 먹는데, 스푼과 포크가 없다. 아직 적지 않은 인도네시안이 집에서는 맨손으로 식사를 한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로 찰기 없는 쌀을 한 톨도 흘리지 않고 먹는 모습이 신기하다. 요리는 우리네 생선 튀김과 새우 요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향신료가 듬뿍 들어가 있어 이국적인 맛을 낸다.
음료로는 설탕이 들어간 인도네시아식 쥬스가 나온다. 달콤한 주스와 매콤한 음식, 인도네시아인의 성격도 이런 매콤함에서 나온 게 아닐까?

한국인을 처음 보는 현지인의 표정은 이채롭지만, 배타적이지 않다. 낯선 사람이 카메라를 내밀어도 환하게 웃어주는 그들, 롬복에는 사람 사는 향기가 느껴진다.

알고 떠나는 롬복, 즐거움 100배

롬복으로 가는 길은 세 가지가 있다.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 싱가포르 경유 롬복, 대한항공이나 가루다항공 이용 발리 경유 롬복, 마지막은 가루다항공 이용 자카르타 경유 롬복이다. 추천하는 방법은 싱가포르 경유 편. 인천에서 9시에 출발, 롬복에 오후 6시면 도착 할 수 있다.

화폐는 루피아(RP)를 사용한다. 환전 시 가장 좋은 방법은 US달러를 가지고 루피아로 환전 하는 것이다. 추천하는 환전소는 BMC Money Change, 환율이 아주 좋은 편으로 셍기기 초입에 있다. 급히 현금이 필요하다면 곳곳에 있는 ATM 기계를 사용해도 좋지만 수수료가 비싼편이다.

롬복 현지 아이들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마냥 귀엽고 예쁘지만, 머리를 만지고 쓰다듬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아이들 머리는 신과 연결된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런 머리를 만지는 것은 실례를 범하는 일이다.

악수를 하거나 물건을 건낼 때 오른손을 사용한다. 지금은 적어졌지만, 여전히 왼손은 불결한 일을 처리 할 때 쓰는 관습이 남아있다.

또, 종교적 특성상, 금요일은 대부분 상점이 일찍 문을 닫는다. 평소에도 9시면 닫지만 셍기기 주변의 리조트와 bar는 관광객을 위해 늦게까지 영업을 한다.

길리섬은 물이 귀한 섬으로, 화장실 등에서 쓰이는 물은 민물이 아닌 바닷물이다. 수도에서 짠 물이 나와도 고장난 것이 아니다. 리조트 곳곳에 물이 있는 작은 항아리를 볼 수 있다. 이 물은 빗물을 받은 것으로 발의 모래를 씻는 물이다.

글 사진:이민석 기자/ 더 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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