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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스키여행을 갔을때 일이다
그해는 유난히 첫눈이 늦어 12월 중순이 다 되어가는데도 나가노長野나 니가타新潟의 스키장들이 오픈을 계속 뒤로 미루고 있었다
미리 예약을 한 것이라 위약금을 물기도 아깝고 며칠사이에 눈이 온다는 소식도 있어서 설마하며 예약대로 가야하겠다 마음을 먹었다
예약 며칠전에 예약한 숙소에서 메일이 왔다

리프트권을 포함한 예약이니 스키를 위해 오시는 손님같은데 아직 스키장이 안 열었으니 위약금 없게해 드릴테니 취소해도 된다는 연락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우린 서울 출발이므로 이미 항공권을 어찌 할수도 없던것

설마 출발일까지 눈이 안올까하다가 정말 그 전날까지 스키장이 열지 않는 상황에 부딪혔다
그래서 전날 메일을 보냈다
날씨탓인데 이제와서 위약없는 취소는 안되겠죠?
리프트권이 소용없으면 예약된 가격은 어떻게 되는거죠? 하고 물으니
위약금제도는 어쩔수 없다는 답과 1인당 약 1500엔 깎아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보통 리프트권이 4,000엔 이상 하는데 할인폭이 작은것은 아마도 이 업소가 리프트권을 확보하는 원가이려니 하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적은 할인폭에 실망한 것은 사실이었다

조식 석식을 포함한 2인 숙박료는 24,000엔에서 21,000엔이 되었다

눈 없는 이른겨울 오후에 도착한 나가노長野県의 별장지는 말 그대로 귀신이라도 나올듯 썰렁한 폐허였다
그 동안 봐왔던 지붕과 나무에 한가득 눈이 쌓인 아름다운 설경은 눈이 만든 세계였지 그들의 생활터전은 나가노올림픽이후 오랜시간 낡고 바랜 관광미이라였다
이번 여행은 뭔가 불길하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엄습해 왔다

어렵게 찾아간 쁘띠호텔 이라는 조금 큰 펜션의 외관은 사진과 달랐다
밤에 가면 모를뻔 했는데 칠은 벗겨지고 녹이나고 안에 켜져있는 등은 로비뿐 마치 귀곡산장을 연상케 했다

내가 일본 숙박은 그다지 실패한적이 없고 나름 선정기준으로 찾는 몇가지 팁에 따르면 이 숙박은 괜찮았어야 했다
사진은 20년전 나가노올림픽때 찍은듯 했으니 시설은 어쩔수 없다고 해도 이 정도 시설 관리수준이면 서비스도 우려스러웠다
펜션중에 객실수가 너무 적은것은 수지 타산이 안맞아 서비스질에 문제가 있을수 있기때문에 방이 15개 이상인 곳을 고른것인데 이 펜션은 분명 오늘 예약이 거의 없어보였다
전면에는 주인차와 관라용차만이 서 있었고 부설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반쯤 체념하고 아무도 없잖아 하며 차를 부설주차장에 세우지 않고 전면에 하역장이라는 곳에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는 실내용 슬리퍼 두개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히익~~ 젠장 오늘 우리뿐이구나……

스미마셍~ 하니..
중년의 남자가 라운지에 딸린 주방쪽에서 나오는데
저~ 구루마(차량)…하고 말을 하려는데

아! 괜찮습니다 거기 세우셔도 돼요!!

음… 그렇군 우리뿐이군
하지만 이쪽의 사정을 미리 헤아리려하다니…범피는 아니지 않을까

방명록사인을 하고 짐을 가지고 방으로 가며 본 시설은 우려대로 악 소리가 났다
오래된 카펫냄새 목조인 시설의 계단은 삐걱거렸고 복도천정의 조명은 구식 형광등이었다 방문은 페인트가 벗겨져있었고 쬐끄만 열쇠로 따고 들어간 방은 좁고 낡았다
욕실의 어메니티는 부족했고 냉장고도 없이 작은 티비하나에 슬쩍 열어본 옷장에는 담요두장뿐이었다

대 실망한 나는 여기서 탈출해야 하나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단념을 하고 린넨도 부족한듯하여 따지러 프론트로 내려갔다

주인을 부르니 역시 그는 주방에서 뛰어나왔다
타올이 없는데…하니 옷장안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랫층에 있는 온천탕은 두군데이고 대절온천貸切温泉으로 독탕으로 언제든 이용할수 있는데 방에 있는 타올을 가져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음..좋군)

올라가 살펴보니 옷장아래에 준비된 유가타浴衣는 풀멕여 빳빳이 다려있었고 허리끈은 정식으로 잘 묶여있고 겉옷 하오리羽織는 단정하고 깨끗했다
준비된 お茶와 甘物은 비싸보이지는 않지만 나름 좋은것을 골라 놓았다

좀 미안했다
시설이 후지다는 생각만으로 화가난 나머지 이곳의 준비를 폄하하고 무시한건 아닌지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모처럼의 여행에 이런방은 근심에 가까웠다
펜션에서 할일도 없고 다시 나가 차를 가지고 나가노의 스키도시 白馬村를 드라이브했다
행인도 없고 차도 없어 썰렁하긴 마찬가지 였지만 처음 이 동에네 들어섰을때보다 저녁이 되어 여기저기 점포에 불이 켜지니 나름 여유있고 운치가 있어보였다

예약한 저녁시간에 되어 다시 펜션으로 돌아가 식탁에 앉아 걱정을 했다
우려대로 식당에 테이블이 세팅된것은 우리뿐… 저 아저씨가 만들어온 음식은 정상일 가능성이 희박했다
다만 라운지에 우리를 위해 미리피워둔 벽난로의 활활타는 장작과 테이블위에 꽂아준 작은 들꽃 생화를 보며 둘을 위해 일부러 이렇게??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먼저 에파타이저가 나왔다

엥?!?!?!

이건 보통이 아니다…

다음
스프와 야채접시 그리고 빵이 나왔다

처음엔 애 좀 썼네~ 했다
그런데 이건 한테이블 두 사람을 위해 준비할수 있는 요리가 아니었다

기교를 부리지는 않았으나 할수있는 조리를 다한 음식이었다
육류는 그렇다 치고 생선과 루꼴라 크레송 미트잎등의 특수야채는 시골의 레스토랑이 한 테이블을 위해 쓸수 있는것이 아니었다
생선두점을 위해 한마리를 다 잡아야하고 국물 두 그릇을 위해 다시물을 내려야 하고 이 고기요릴 내려면 오후내내 준비해야 하며 이 싱싱한 야채는 오늘주말이 지나면 한팩을 다 버려야 한다는 것을 직업상 나는 알고 있었다
즉 주방에서 열심히 우리를 위해 준비하는 주인은 우리에게 열테이블의 준비와 한 테이블의 준비가 다르지 않다는것을 온몸으로 자기지갑으로 보여준것이다

종업원인지 마누라인지 모를 아줌마는 멀리서 이곳을 지키며 수십번을 오가며 서빙을 하고 음식에 대해 소박하고 수줍게 일일이 설명을 해 줬다

음식은 맛있었다
특히 야채는 최고였다 ( 나가노 니이가타 등 信州지역은 어딜가도 야채요리는 끝내준다)
양식이지만 일본인의 자세가 가득담긴 요리였다

마지막 디저트를 먹고있는데 아줌마가 벽난로에 가더니 열심히 장작을 새로 넣는다

이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10분 후 우리 식사가 끝나면 여기 라운지는 아무도 없는 것이고 여기 일하는 두사람은 아주 두꺼운 무장으로 일하고 있는 省에너지족임을 보여준 사람들이다
이들은 우리가 앉아있는 시간 끝까지 처음과 같은 실내온도와 운치를 지키려 한결같은 행동을 보여준 것이다
나라면 이렇게 할수 있었을까
빵은 냉동빵을 굽고 루꼴라대신 오래가는 양상치를 쓰고 샤베트대신 패밀리마트 아이스크림을 쓰고 식사중엔 복도불을 꺼두지 않았을까

몇번이고 맛 인사를 하고 온천에 가보니 오로지 두사람의 선택을 위해 두개의 대절온천을 온천물을 가득받아 깨끗이 준비해 두었다

오늘은 부득이 한곳만 오픈했습니다
미리 시간을 예약해 주시면 준비하겠습니다
이렇게 써붙이고 일해도 아무 지장없을텐데손님이 꽉 찬 날이나 한팀밖에 없는 날이나 한결같은 서비스를 준비한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식사가 미안할정도로 나온건 당연했다
11시에 체크 아웃을 하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가 놓고 온게 있나해서 바로 다시 들어간 객실은 벌써 아줌마가 열심히 청소중이었고 현관에는 슬리퍼가 달랑 세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이미 우리가 나올때 마음은
스키따위 안타면 어때
잠 자고 먹고 씼는데 깨끗하면 그만이지 인테리어가 뭔 상관이야
호텔을 통채로 혼자 세내는것도 나쁘지 않은데?!?
하며 들어갈때와 나올때 다를수 밖에 없던 우리가 우스웠다

한마디로 우리의 숙박은 그들에겐 손해다
난방비도 안나온다
인건비가 손해다 할수 있다
그리고 충분히 우리예약을 취소시킬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약속대로 모든것을 그대로 이행했다 거기엔 어떤 계산도 짠대가리도 타협도 없었다
정해진바를 그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을 넘어 감사를 넘어 나를 반성하게 했다

———————

그런데….
감동했던 팬션 한군데 칭찬하려고 쓰기 시작한 글이 아니다
두끼를 포함한 1인당 1만엔 이하의 숙박비는 서민의 소비이다 그리고 시골에서 두 사람이 운영하는 팬션은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몰라도 서민의 일자리에 불과하다

부자의 돈이 서민에게 내려와야 경제가 돌아간다고 하는 의식보다는 서민과 서민의 생산과 소비가 억울함 없이 이루어질수 있게 서로 진심으로 열심히하고 진심으로 감사하게 만드는 경제활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자가 놀러다니며 돈지랄을 하게 만드는 소비 그리고 그 부자의 눈텡이를 까서 돈을 빼앗듯 사기쳐 그 돈을 받아내기 위한 생산이 돈의 순환을 만들어낸 다고 생각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면 곤란하는 말이 하고 싶었다

건강한 시장경제란 서민이 적은 돈으로 여가를 즐기려하고 그 작은소비에 행복감을 느낄수 있도록 서민이 서민에게 서로 최선을 하는 경제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소득주도 한다면서 사업자에게 시켜 최저임금계층에 돈만 주라고 하는게 아니라 서로 모두 열심히 일해 더 벌고 벌기위해 열심히 하는 일이 다른서민을 만족시키고 또 그렇게 번 돈으로 시간을 쪼개서 여가를 즐기는 행복한 국내소비가 더 활성화되어 점 더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지 국민모두가 불만에 가득차서 남 원망만 하는 사회가 되도록 선동을 하고 자극을 해서는 아무리 소득이 높아져도 우린 행복해 질 수 없다

사회주의자들은 생산과 소비가 주는 행복이 뭔지 모른다
그 행복은 시장이라는 생물체의 생태활동이만들어내는 지극히 자연스런 결과물이라는 것을 모르는것이다

그 폐허같던 호텔이 나 라는 손님을 맞아 조명이 켜지고 난방이 들어오고 주방이 돌아가고 목욕물이 데워지며 살아난듯 생기를 찾아 돌아가는 모습은 말할수 없는 감동을 주었는데 이런 힘은 어디에서 오는것일까 생각을 하게했다
그건 바로 시장경제가 만든 가치관 즉 돈값을 하라는 책임감을 바탕으로한 경쟁을 통한 자아실현과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고객만족의 힘이다

오로지 생산은 생업의 수단이고 소비의 여유는 분배의 정의실현을 위해서만 가능하며 소비자체보다 소비를 위한 분배에 성취감을 느낀다면 시장은 발전하지 못하며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책을 만든다면 결과는 암울할수 밖에 없다

평등은 불행하지 않기 위한 수단이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나침반이 아니다
시장이 만들어낸 적정한 가격과 품질이 생산과 소비활동을 통해 서로의 행복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고
서민이 서민을 위해 일하고 행복감을 줄수 있는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이지 누군가의 것을 억지로 빼앗는 가치관으로는 이 사회에는 악만 남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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